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나무위의 남작

열두 살 소년 코시모는 아침 식탁에서 먹기 싫은 달팽이 요리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아버지에게 반발하며 정원의 나무 위로 올라가 버립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배고프면 내려오겠거니, 밤이 되면 내려오겠거니 했지만, 왠 걸요 소년은 평생 살기로 결심하고 이 결심을 정말로 굳건하게 지켜 나갑니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이탈리아의 작가 이탈로 칼비노가 쓴 소설 '나무 위의 남작'입니다. 코시모는 그날부터 땅에 단 한 발짜국도 딛지 않고 나무 위에서 평생을 삽니다. 열심히 책을 읽으면서 계몽주의에 눈을 뜨고 철학자 과학자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식견을 넓혀가죠. 또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지도자 역할을 훌륭히 해냅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코시모가 공책을 나무에 끈으로 매달아 놓고는 사람들에게 각자 제대로 되지 않는 일을 적으라고 합니다. 바로 불평 노트였습니다. 그러자 어부는 생선 가격에 대해, 포도 재배자는 세금에 대해, 목동은 목초지의 경계에 대해, 나무꾼은 국유림 문제에 대해 적었고 별의별 이유로 끝이 없었죠. 코시모는 이렇게 슬픈 일만 적혀 있으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다른 노트를 만듭니다. 거기에는 즐거울 수 있는 일을 적으라고 하죠. 무엇이 불평이냐와 어떻게 하면 즐거울 수 있을까......, 단지 어법만 바꿨을 뿐인데 모든 게 훨씬 좋아집니다. 세상의 즐거울 수 있는 일이 모두 적혔고 글을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은 그림을 그렸죠. 그리고 얼마 후 노트가 완성되자 코시모는 노트에 '불평과 만족 노트'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혁명의 과도기였던지라 이 노트를 보낼 곳이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이었죠. 그래서 노트는 나무에 묶인 채 그대로 매달려 있었고, 비가 오면서 글씨가 지워지고 비에 젖었습니다. 마치 주민들에게 그대로 남아있는 가난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코시모는 실패한 것일까요? 작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 노트는 사람들의 마음에 변화의 열망을 가슴 가득 심어 놓았다." 

생각해보기

이탈리아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이야기 나무 위의 남작 이야기였습니다 불평과 만족 노트 그냥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말로 하고 또 글로 쓰는 것이 훨씬 강하죠. 우리 모두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에 글로 생각을 적어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