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파의 일화
소동파의 적벽부는 예의가 없는 명문으로 꼽히는데요. 조선시대에는 선비들이 적벽부의 문장을 빌어 많이들 적벽가를 짓기도 했습니다. 알려진 대로 적벽은 조조가 유비에게 대패한 전쟁이 벌어진 장소입니다. 같은 장소인지는 의문이지만 아무튼 적벽이라는 곳에 배를 띄우고 소동파가 기분이 좋아 노래를 부르는데 손님 한 명이 구슬프게 피리를 붑니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손님이 답하죠.
"우리 인생 짧은 것이 슬프고 긴 강 무한한 것이 부럽습니다. 영원히 사는 것이 얻지 못할 바인지를 알기에 남는 소리를 가을바람에 붙이고 있습니다." 이맘때 우리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이에 소동파는 어떤 노래를 들려주었을까요.
"손님께서는 이 물과 저 달을 아십니까? 가는 것이 이와 같으나 아직 모두 가지 않았으며 차고 비는 것이 저와 같으나 끝내 줄지도 늘지도 않았습니다. 변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천지가 한순간도 변치 않을 때 없으며, 변하지 않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물과 우리가 닿을 때가 없습니다. 무엇을 부러워하십니까? 하늘과 땅 사이 모든 사물은 제각기 주인이 있어, 내 소유가 아니면 터럭 하나도 가질 수 없으나, 강 위의 맑은 바람과 산사이 밝은 달은 들으면 소리 되고 보면 그림이 되어 가져도 말리는 이 없고 써도 없어지지 않죠. 이는 조물주가 만든 무진장이니 내가 그대와 함께 누릴 것이요." 그제야 손님이 웃었고 둘은 함께 술을 마시다 서로를 베개 삼아 배안에 들어 누워 동녘 하늘이 밝아 오는 것도 몰랐습니다.
생각해보기
소동파의 적벽부에서 한 대목 함께 했는데요. 인생이 짧아 슬퍼하고 무한한 강을 부러워하지 말고 우리에게 무진장 주어진 것들을 마음껏 누려보자는 이야기죠? 삶에 있어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많은 것을 갈구하면 갈증은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